씨앗이라 말씀 드렸다.
쭉 듣던 그 분이 내 입을 통해 입을 여신다.
아냐 씨앗이라기보단 바이러스다.
그래 난 지금 침투작전을 준비중인
침투조 비밀요원이다.
이렇게 느린 속도로 허나 쥐도 새도 모르게
뭉근한 침투가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씨앗을 심던 내가
이제 바이러스 침투를 진두지휘하려 한다.
뭔일인지 보이는 것만 보이고
들리는 것만 들린다 불평했었다.
차라리 눈먼 벙어리라면 했었다.
침투를 생각하니
그리 보이는 것 불행하지만은 않다.
그리 조잘대던 그 잡소리 거슬리지만은 않다.
그게 다 내가 이리 이리 흐르도록 한 비료겠지. 똥비료.
이제 난 바이러스를 품은 보균자.
다행이다. 하마터면 놓아버릴뻔 했어.
모든 인연과 우연에 이토록 맘 담아 감사한 적 드물었는데.
그 분은 학교도 일도 쓰잘데기 필요없다 하셨지만
결국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만나게 되는 싹이었음 느낀다.
너무나 극단적이면서도 너무나 현실적인.
너무나 무서운 미래지만 너무도 당장 신이나는.
맘에 심은 씨앗이 오늘 예기치 않게 발아했다.
징소리가
은은하게 한번
강하게 또 한번
출동.
손수 징을 쳐 알리셨다.
추운 겨울 우이동 낡은 폐가
도란도란 재미나게 낄낄낄 맘을 비웠다
맥심커피 귤까먹고 호두 유과 노나먹었다
쥐도 새도 아무도 모르게
내 맘 두터운 껍질이 샬샬샬 녹았다.
대체 얼마만이냐.
대체 왜 이제서야.
뜨겁다.
따듯하다.
/
게릴라와 같은 시작은 일단 포석이 되겠다.
반복이 주는 힘으로 천진난만한 상태가 되겠다.
뜻이 있으므로 반복을 택하겠다.
1년은 그렇게 세균전의 시발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