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리투어.

있잖아 내 친구 얘긴데,


하며 운을 띄우면 나도 솔깃 귀를 기울이게 되지만
어느새 그런 얘긴 듣기 싫어져 버린다.
듣기 싫어졌다기보단...


솔깃하지만 듣기 싫은 얘기.


결국 이 나와의 대화를 위해 너와 나 함께 나누는 이 시간에
누군가의 삶을 시시덕, 혹은 - 때론 분위기상 - 진지하게 끄집어다
썩썩 썰어먹는다.


자기 얘긴 아니지만 친구 얘기라는 그 얘기.
어쩐지 기쁘다면 웃어주면 되고
다행히 안됐다면 얼굴을 굳히면 된다.


달라지는 현실없이


그냥 그렇게 또
또 그렇게 나를
나의 위치를 내 모습을 또 다시
확인한다.


사냥하는 사냥꾼들.


내 얘기, 내 삶도 언젠가 너와 너의 누군가와 함께
500짜리 맥주로 꿀떡꿀떡 넘어가겠구나.
혹, 그 얘기가 너의 멋진 의미에 아름다운 근거를 주겠구나.
난 이렇게 멋진 얘기를 낚아 올랐다며


그 의미도 모른채 
느끼지 못한 그 삶을 대가리로 
망설임없이 써나간다.


듣다보면 내가 싫어진다. 말하다보니 할 말이 없다.


화자가 바라보는 세상에 화자는 없다. 
세상을 낚느라 정작 내가 누군지 잊었다.
뭔가를 말하는 의미심장함에 텅빈 껍질이 바스락거린다.


정신이 없다. 낚아 올리느라. 기록하고 기억하느라.
이 순간을, 이 장면을 담느라 그 틈바구니에 끼어들 틈이 없다.
그냥 뭐 멋지느라 바쁘다.


이렇게 나의 일상은 또 어디선가 짜여진 틀로 창작되어
누군가에 의해 누군가를 위로하겠지.


사냥하는 사냥꾼.


있잖아 내 친구 얘긴데,
하며 운을 띄우면 나도 솔깃 귀를 기울이게 되고 만다.


차라리 사파리를 하지 그래.


철갑을 두른 사파리버스에 몸을 싣고 창밖을 바라본다.
호소력 깊은 눈빛 연기로, 그 쓸데없이 예리한 눈으로 바라본 타인의 삶.
니 삶, 어디 여행기나 적다 끝날라.


투어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