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사람은 변하기 힘든가보다.
드러움에 힘이 빠졌고,
그 드러움에 힘이 솟았다.
천연덕스레 모르겠다는 말에, 그렇구나.
그래, 확신 또한 생겼다.

그렇구나. 
그렇게 생겨먹었구나.
아닌척 하는거라면 그게 너의 한계일거야.
정말 모르겠다면 그게 너의 숨겨진 본성인거야.

그냥 그런거.

인연이 결과적이라니.
지금 문득 드는 생각은 
그 과정, 그 순간이 그 인연인가봐.

한데 얽혀,
드러움 아쉬움 그저 넉넉함으로.
그런거 저런거 차라리 예뻐보이는. 
그냥 스쳐지나치는 바람처럼.
모든게 그냥 사랑.
그냥 사랑이길.

아 그래도 이 사랑.
지금 너는 너무 드러운걸.

400 words; 우스운 미래

당연시 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

왜 그것은 그리 당연한 것이 되었나?

우리 삶을 둘러싼 당연함 속에서
나의 호기심은 -나로 인해, 남으로 인해- 어떤 일을 겪나? 

정상, 비정상?
그것을 판단케 하는 우리의 기준은 무엇이고,
기준이 있다면 그 역치는 어디즈음이며, 

어디로부터 왜, 어떤 절차로 형성되었나?

뚜렷한 목표, 확실함, 이성적 논리 따위로 점철되는 우뚝 선 사회 속에서
무심코 마주하게 되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때론 시시하기까지 한,
다소 서툴고, 덜 정제된 다분히 개인적인 가치, 기준의 사회적 발현은
정말 생각만큼 불안하고 공허한 헛된 것일까.

다양성과 다채로움, 이해와 공감.
힘주어 외치며 주장하던 꼴안에서 
정작 스스로 눈이 먼건 아닐까.

프로페셔널리스트로서 살아가는 우리.
그 전문화된 조직적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 나의 동시대인들에게
아마추어보다 더 못한 유아적 발상은 개인의 삶과 사회에 
과연 어떤 가능성과 미래를 가져올까?

우스운 미래라면 지금처럼 우습겠고,
혹, 그렇지 않다면 지금보다 웃을 수 있겠지.

/

파생되는 practice;

1. Stopped Questions. 
2. 나는 이걸 이거라 불러요. 
3. EXTRA SIGNAL by Som Ebody (익스트라시그널, Som Ebody 작품집)
    • Drawings overlooked
    • Sculptures abandoned
    • Installations dumped
    • Performance bychance
    • Commercials bycatch

    생각을 글로 옮길때.

    뭔가를 다듬으며 더 정확한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깎여나간 그 원석들 속에 미묘히 변하는 뭔가를 잃게 된다면.
    그럴 일 없을까.

    생각을 글로 정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놓는,
    그 중 나의 맘을 두드리는 글들을 볼때마다.
    내면, 깊이, 태도, 지혜, 희생.
    빽빽한 글 사이 스며나오는 그의 내면,
    그의 진심과 경험에서 나오는 깊이,
    설득을 위해 짓누르지 않는 사려깊은 태도,
    의미를 위해 때론 빙둘러 돌아갈 줄 아는 지혜,
    심지어 모순된 모습으로 대상의 반성을 이끌어내기도 하는 희생,
    모든게 휘휘 저어져 의도따위 떠벌림 없이
    소소히 시나브로 저절로 전해지는 무언가.

    그 맘에 도달하기까지의 나의 여정에,
    또 그 글을 써나가던 그 분의 여정을 떠올리며,
    내 맘이 하아...베시시 설레어진다.

    누군가는 알듯 모를듯 지극히 그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나를 움직이고.
    누군가는 어려운듯 지적인듯 흔히 말하는 객관적이라는 글로 나를 이해시킨다.

    결국 모두 출발할 때의 맘은 달랐지만,
    그 결과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을 보며
    무엇이 옳은 길인지에 대해 고민하던 이십대의 혈기가 생각이 났다.

    무엇이 효과적일까를 고민하던 즈음
    내 맘도 내가 잘 모르는구나 싶어
    어느새 내 맘이 궁금해졌다.
    내가 왜 이럴까.

    내가 평범한 사람임을 알게 되며 반가운 것은,
    더이상 누군지 모를 누군가를 생각하며
    나의 작은 머리를 떼구르르 한없이 굴려보지 않아도 되겠거니.

    파고 파고 또 파도 알 길 없는 누군가의 맘을 들여다 보느라
    내 맘은 여기 저기 거미줄이 앉았다.

    그럴일 없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거니 싶어서.




    19 /  May / 2011.